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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 18-05-11 18:07

"와이프가 나한테 밥을 안 줘요…이혼사유 되나요?"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36   추천 : 0  
 

"와이프가 나한테 밥을 안 줘요…이혼사유 되나요?"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Q) 아내가 저는 빼놓고 아이들만 밥을 줍니다. 이혼사유가 되나요?

 

결혼한 지 7년 된, 2살과 5살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아내와 얼마 전 싸운 후부터 아내가 저와는 말 안하고 식사 때에도 아이들 밥만 주고 제 밥은 차려주지 않고 있어서 이런 상태가 계속 된다면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평소 자주 싸웠는데 대부분은 돈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를 하는데 저는 대기업에 다녀 급여가 월 400만원 정도, 아내는 작은 회사에 다녀서 월 200만원 정도입니다.

 

제가 아내 급여의 두 배 정도 받는 셈입니다. 저는 결혼 후 지금까지 전세금 대출의 원금, 이자와 제가 들어놓은 보험료 등을 빼고 남은 월급 전부를 아내에게 주고, 아내가 여기서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을 다시 저한테 돌려주면 제가 그 돈을 저축하는 방식으로 돈을 관리해왔습니다.

 

문제는 아내가 제가 바라는 만큼 알뜰하게 살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계획성이 부족한 사람이라 제가 아무리 계획을 세워서 지출하라고 말하고 매월 정산을 하자고 얘기해도 제 말대로 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정산을 피한다기보다는 아내는 제가 바라는 만큼 경제관념이 없고 계획성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 대출금을 갚고 집을 장만하게 될지 아득하기만 하고, 저만 힘들게 일해 번 돈에서 대출금 원금, 이자를 내야하는 것이 억울합니다. 하지만 제가 돈 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다툼이 일어나고 아내는 제 말을 듣기 싫다고 해버려서 결혼 후 지금까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최근 얼마전 장모님이 저한테 잔소리를 하신 것 때문에 아내와 싸운 후부터 아내는 저에게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말도 안하는 것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아내는 밥도 아이들 것만 차리고 제 밥은 나 몰라라 합니다. 제가 월급을 다 갖다주는데도 가장으로서 이런 취급을 받고 있으니 정말 화가 납니다.

 

제가 더 신경이 쓰이는 점은 장인이 장모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못 받으면서 평생을 살아오셨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부모님은 집안의 중요한 일은 다 장모가 결정하는데 장모는 자식들한테만 신경쓰지 장인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장인은 매사에 발언권이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가 장차 장인처럼 대접을 제대로 못받고 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아내와는 사사건건 잘 맞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아내에게 고치라고 말을 해도 제 말은 먹히지 않고 이런 상태로 평생 살아야 한다니 너무나 답답합니다. 차라리 이혼을 하고 제가 아이들을 부모님과 함께 키우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계속 살아봐야 장인처럼 장모한테 무시나 당하고 살게 될 거 같아서 더 그렇습니다.

 

부부상담을 받자고 얘기해봤지만 아내는 이것도 관심이 없습니다. 아내가 제 말을 들어서 자신을 바꾸면 평온하게 살 수 있을텐데 아내는 도통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렇게 계속 안 맞는 상태로 사느니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밥 안 차려주고 경제관념 없는 것은 이혼사유가 안 되나요?

 

A) 선생님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힘들여 일해서 버는 월급을 다 주는데 배우자가 가정생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식사에서 나를 소외시킨다면 저라도 화가 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번번이 안 맞는다면 차라리 이혼을 하는 편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말한 정도의 이유는 민법이 정하고 있는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3년이상 생사불명, 폭행,폭언 등의 부당한 대우나 이와 비슷하게 심각한 기타 사유들로 누구라도 도저히 결혼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어야 재판상 이혼사유로 인정 받습니다. 일시적으로 말을 안하고 밥을 안 차려주는 것, 경제관념이 좀 없는 정도는 이혼사유가 안되는 거지요.

 

이혼사유는 해당 안되니 이혼을 하는 게 과연 현명한 일인지 한 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선생님의 질문내용으로 짐작해보면 선생님이 잘 안 맞는 분과 결혼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요행히 잘 맞는 커플도 약간 있긴 하지만 잘 안 맞는 커플이 대부분인데, 선생님은 잘 안 맞는 수많은 커플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일단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쉽사리 아내와 잘 맞게 되리라는 기대를 버리셨으면 합니다.

 

선생님은 아내를 바꾸고 싶고, 아내만 바뀌면 행복해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아내가 변화된다면 최선의 해결책이 되겠지만 문제는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불만을 갖는 아내의 결점이 형성된 배경에는 아내의 천성, 개인사, 부모 및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수십년간 상호작용을 한 전사(前史)가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아내에게 ‘이렇게 해라’,‘저렇게 해라’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쉽사리 바뀌지 않는답니다.

 

더구나 선생님의 아내는 지금 육아와 살림,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일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이 한 번 바뀌려면 스스로 변화의 필요를 느껴야 하고 변화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선생님이 육아와 가사를 많이 분담해주시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육아의 기본 책임을 엄마가 지기 때문에 분명 선생님은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일을 아내가 많이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전업주부라도 두 살, 다섯 살 아이 둘을 키우기 힘든데 직장까지 다니는 선생님의 아내는 현재 본인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쓰면서 간신히 버텨가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태에 있는 아내에게 아무리 ‘이렇게 해야 하지 않느냐’며 당위를 설명한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아내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리셔야 합니다. 아내가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바뀌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 해결책은 본질적으로도 어렵고 현재의 여건상으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선의 해결책은 선생님이 변하는 것입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겠다면 선생님이 아내와 잘 맞는 방향으로 변하시든지, 이게 안된다면 최소한 나와 안 맞는 상대를 참아줄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르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바꾸기도 어렵지만 자신을 바꾸기는 사실 더 어려우니까요.

 

그렇다면 선생님이 선택가능한 해결책은 선생님이 바라는 좋은 쪽-최선,차선-은 없고 선생님이 바라지 않는, 나쁜 쪽만 남아 있습니다. 제일 나쁜 쪽과 덜 나쁜 쪽 중 선택을 하셔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혼하는 것은 최악(最惡)의 해결책이고,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별로 화목하지 않는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차악(次惡)입니다. 이혼이 최악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들이 중요합니다.

 

이혼하게 되면 선생님과 선생님의 부모님이 선생님 아내가 맡았던 육아의 책임을 분담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선생님의 부담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선생님의 부모님이 아이들의 식사와 잠자리까지는 보살펴줄 수 있지만 아이들의 학교생활까지 뒷바라지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선생님 혼자서 직장생활과 아이들의 교육을 병행해야 하고 육아에 지친 선생님의 부모님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게다가 선생님 아내로부터 받은 별로 많지 않은 양육비를 가지고 아이들을 키우려면 경제적으로도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최악의 선택인 이혼을 피하고 현재처럼 갈등을 겪으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선생님과 아내분은 불화로 다소 힘들 것이고, 아이들은 부모의 불화로 인해 정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선과 차선이 선택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악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이런 상태로 일단 둘째 아이가 대여섯살이 되는 때까지는 버텨보시길 권합니다. 둘째 아이가 좀 크면 선생님의 아내가 육아의 육체적인 부담에서 좀 벗어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그러면 자기를 성찰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한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내의 변화는 적어도 그 때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그 안에 선생님과 아내가 잘 맞기를 바라는 기대를 버리시고 잘 안 맞는 상대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되시길 바랍니다.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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