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u.kr

JOIN | ID/PASS



-- Today Visit --

 

게시판 작성일 : 18-05-11 18:25

벗어나보자, ‘4미터의 함정’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58   추천 : 0  
 

벗어나보자, ‘4미터의 함정’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10년 넘게 열심히 일해서 2억 좀 넘게 모았어요. 근데 아파트 하나 제대로 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성북동 부모님 사시는 집터에 새 집 짓고 같이 살려고요”하던 지인 분. 그런데 얼마 뒤 만난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게 법적으로 안된다네요.”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길. 아파트 지옥을 벗어나 제 집을 짓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4m의 함정

 

현재 건축법에 따르면, 집 지을 땅이 있다고 모든 건축을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충족시켜야 할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도로’다. 법적으로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미터 이상의 도로’다. 이 ‘너비 4미터’가 매번 발목을 잡는다. 건축물에 닿아있는 도로가 너비 4미터가 안되면 새 집을 지을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대부분 너비 4미터 미만의 좁은 골목길이 있는 동네에선 소규모 건축이 불가능하다. 신축으로 정비를 못하는 골목 동네들은 계속 낡아져가고 사실상 대규모의 재개발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내 ‘너비 4미터’ 미만의 좁은 골목길은 전체 424개 동(洞) 중 286개 동에 골고루 퍼져 있다. 67%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도심권 114개 동에 집중돼 있다. 서울 시가 39개의 동에 있는 72개 길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년대 이전에 형성된 골목길이 33개로 45.8%를 차지하고 있다. 골목길의 중심 활동은 거주 77.8%(56개), 거주 및 상업 16.7%(12개), 거주 및 공업 5.5%(4개) 순이었다.

 


 

그럼 이 ‘너비 4미터’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크게 두 가지에요. 접도와 주차 문제. 접도는 도로와 접한다는 뜻인데 건축대지의 2미터가 도로에 접해있어야 하고 그 도로의 폭이 4미터는 넘어야 건축물로서 허가가 나는 거죠. 이 접도 문제는 주차 문제랑 관련이 있는데 4미터 도로에 접하고 있어야 그 건축물에 대한 주차를 건축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차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해 충분히 길이 넓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생긴 골목길에 ‘너비 4미터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숨통

 

안타까운 이 상황에 드디어 숨통이 트일 것인가.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너비 4미터 미만’의 골목길에서도 집을 새로 지을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에 적극 건의한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너비 4미터’의 벽을 손보기 위해 시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와 관련 공무원들이 ‘골목길 제도개선 TF’를 이달 중에 만들 계획이기도 하단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TF팀은 15명 정도로 구성될 계획이다. TF팀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겠지만 건축법 전반을 개정하는 방향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고 특별조항을 마련해 특정구역을 지정해 너비 4미터 조항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방향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엔 특히 오래된 골목길이 많아 집을 지을 때 ‘너비 4미터 미만’ 조항이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출처=헤럴드경제DB]

 

골목과 함께

 

서울시의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개별 건물주들이 신축하는 데 쉽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늙어가는 골목을 조금 더 젊게 하기 위한 방향의 일환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현재 용산구 후암동의 두텁바위로40길의 430미터 가량의 길과 성북구 성북동의 선잠로2길의 800미터 가량의 골목길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 관계자는 “시에서 올해 예산에서 우선 각각 3억 원씩 지원하며 내년에도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골목이 뜨고 있다. 아파트촌의 갑갑함에 눌려, 정겨운 이웃과의 삶을 위해, 층간소음 걱정에서 자유롭기 위해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골목라이프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서울엔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스스로 생겨난 골목들이 많이 보이잖아요. 예전엔 정겨웠는데 이젠 동네들이 너무 늙었어요. 이러한 골목들이 법 조항 하나 때문에 외면받고 늙어가고 있었던 거 잖아요. 이번에 법이 좀 저도 새 집짓고 부모님과 함께 정겨운 골목라이프 살 수 있을까요?”


 
<< 이전글   다음글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