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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 19-01-01 20:00

이런 게 유행할 줄이야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17   추천 : 0  
 

이런 게 유행할 줄이야…못생기고 촌스러운 것에 열광했던 2018년

 

울퉁불퉁한 운동화, 전대 패션, 얼굴 가린 복면까지

 

아재와 복고에 열광했던 2018년

 

동묘 황학동 시장 아저씨, 명품 패션쇼에서 화려하게 조명

 

투박한 운동화를 신고 전대를 찬 아재패션이 올해 패션계를 강타했다. 아재패션을 주도한 명품 발렌시아가(왼쪽)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서울 황학동 시장의 아저씨(중간), 영국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프와 아식스의 운동화 화보./발렌시아가, 키코 코스타디노프 인스타그램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아버지가 신을 법한 투박한 운동화를 신고, 눈알을 겨우 가리는 작은 선글라스를 끼고, 허리에는 전대(纏帶)를 찬 내 모습. 어떤가? 이 모습이 멋지다고 여겨진다면 당신은 뭘 좀 아는 사람이다.

 

2018년 패션계는 아재패션과 복고패션, 실용패션으로 요약된다. 젊은이들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입을 법한 촌스러운 패션에 열광했고, 격식을 갖추거나 상식적인 옷을 쿨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이런 추세는 세계적이어서 ‘어글리 시크(Ugly chic)’라는 용어가 생기는가 하면, 중고 의류를 파는 서울 동묘 황학동 시장이 패션의 거리로 세계인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은 마치 누가 더 못생겨보일지 경쟁이라도 하듯 이상한 것들을 마구 쏟아냈다.

 

알고 보면 못생긴 패션은 더 없이 실용적이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투박한 운동화는 로퍼나 하이힐보다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허리나 어깨에 메는 작은 패니팩(Fanny pack)은 무겁고 비싼 가죽가방보다 행동을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못생긴 패션을 두고 "남의 눈보다 자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했다. 유례없이 못생긴 것들이 사랑받았던 2018년, 패션계를 뜨겁게 달군 아이템을 모아봤다.

 

◇ 못생긴 운동화의 질주

 

못생긴 운동화 열풍을 주도한 발렌시아가 ‘트리플S’

 

아재패션의 시작 운동화다. 작년부터 시작된 못생긴 운동화(Ugly sneakers) 열풍은 올해도 계속됐다. 발렌시아가의 ‘트리플S’부터 루이뷔통의 ‘아치라이트’, 휠라의 ‘디스럽터’까지, 둔탁하고 못생긴 아저씨 운동화가 인기를 끌었다.

 

날렵한 굽의 하이힐로 여성성을 뽐내던 여성들조차 하이힐을 버리고 운동화를 택하는 추세, 그냥 운동화가 아니라 아재 스타일이다.

 

영국 쇼핑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올해 못생긴 운동화와 플리스(양털) 재킷, 못생긴 셔츠 등 ‘아재 패션 카테고리’의 검색률이 무려 4395% 증가했다. 이제 못생긴 운동화는 등산화로 더 투박하게 진화하는 추세다.

 

◇ 아재패션의 완성 ‘패니팩’

 

아재패션의 완성은 허리에 매는 작은 가방이다./구찌, 디앤티도트

 

아재패션의 완성은 전대다. 허리춤에 차는 패니팩(슬링백, 벨트백, 범백, 힙백 등으로도 불린다)이 못생긴 운동화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핀터레스트에서는 패니팩의 검색률이 전년 대비 1182% 급증했으며, 리스트에서는 검색량이 80% 뛰었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패니팩은 미국 아웃도어 시장에서 작년보다 52%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백팩 판매율은 4% 증가에 그쳤다. 명품 시장에서도 패니팩의 활약이 컸는데, 구찌의 마몬트 벨트백은 리스트에서 6초에 한 번씩 검색됐다.

 

업계는 패니팩 특유의 실용성으로 인해 일상에서도 선호된 것으로 봤다.

 

◇ 100만원대 크록스

 

발렌시아가 2018 봄/여름 런웨이/사진=발렌시아가

 

나막신 모양의 고무신 크록스의 신분상승도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명품 발렌시아가와 만난 크록스는 10cm 통굽을 달고 100만원대에 판매됐다.

 

기존의 신발이 5만원 안팎이니 가격이 20배가 뛴 셈. 누가 살까 싶을 정도로 못생기고 비쌌지만, 미국 바니스뉴욕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만에 매진됐다.

 

발렌시아가에 앞서 크록스를 재해석한 영국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은 "크록스의 못생겼다는 이미지가 오히려 흥미로웠다. 여성스럽지 않고 편하다"라고 말했다.

 

◇ 너무 비싼 비닐 가방

 

셀린의 비닐 쇼핑백, 지갑을 포함해 59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노드스트롬

 

플라스틱의 일종인 PVC(폴리염화비닐)가 패션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샤넬은 PVC 케이프(cape·소매가 없는 망토식의 겉옷)와 모자, 가방, 부츠 등을 내놔 투명 패션을 주도했고, 지미추는 오프화이트와 협업해 10cm 굽의 까만 하이힐을 비닐로 감싼 신발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셀린은 590달러(약 65만원)짜리 비닐 쇼핑백을 내놔 SNS를 뜨겁게 달궜다. PVC 명품은 참신함으로 주목받았지만, 플라스틱 퇴출 이슈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논란을 동반했다.

 

◇ 눈알 선글라스

 

젠틀몬스터의 타이니 선글라스를 쓴 마돈나(왼쪽)와 칸 영화제에서의 리한나/사진=인스타그램, 디올

 

지난 1월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칸예 웨스트는 아내 킴 카다시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나에게 큰 선글라스를 쓰는 것을 그만두라는 이메일을 보냈어요. 아주 작은 안경을 쓴 1990년대 사진 수백만 장과 함께요."

 

간신히 눈알을 가리는 초소형 선글라스(Tiny sunglass)가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낀 스타일로, 90년대 복고 열풍과 함께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큰 프레임의 선글라스가 대세였다.

 

제아무리 유행이라도 철이와 미애’, ‘둘리의 마이콜’ 잔재를 벗어날 수 없었던 모양이다.

 

◇ 쓰기만 하면 ‘인싸’되는 복면 패션

 

무섭고 음흉하다고? 복면이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구찌 복면을 쓰고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한 리한나(왼쪽)과 분홍 복면을 쓰고 계획대로(?) 유명해진 래퍼 마미손./리한나 인스타그램, 마미손 유튜브

 

발라클라바(Balaclava)는 머리와 목, 얼굴을 덮는 모자로 등산이나 스키 등을 탈 때 쓰는 방한모다. 하지만 강도나 테러리스트들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올해 캘빈클라인, 구찌, 디올 등이 발라클라바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복면 패션이 부상했다.

 

역시 추한 것을 멋지게 여기는 시대정신과 테러와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워코어(Warcore) 트렌드가 낳은 별난 유행이다. 호불호는 엇갈린다.

 

지난 8월 발라클라바를 출시했던 미국 스포츠 의류 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반군을 연상시키는 화보로 비난받은 끝에 결국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반면 국내에선 분홍색 복면을 쓴 래퍼 마미손에 의해 유쾌한 유행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 흉하다고? 내년엔 더 뜰걸요…사이클링 반바지

 

큼직한 상의에 싸이클링 반바지, 패니팩까지. 유행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벨라 하디드와 킴 카다시안./핀터레스트

 

요가 레깅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가? 사이클링 반바지가 인기를 끌었다. 핀터레스트에선 자전거 반바지 검색량이 1323% 급증했고, 리스트는 사이클링 반바지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킴 카디시안과 벨라 하디드 등 할리우드 패셔니스타들이 착용하는 것을 보고 화제 되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자전거 타는 이들이 늘어난 건 아니다. 일상에서 못생긴 운동화를 신고, 등산하지 않아도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재킷을 입듯 ‘유행’일 뿐이다.

 

아직까진 서구권에 한정된 흐름이지만 부후 등 유명 온라인 쇼핑몰이 내년에 사이클링 반바지의 투자를 늘린다고 밝힌 만큼, 국내에서도 곧 사이클링 반바지의 대중화가 시도될지 모를 일이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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