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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음악 작성일 : 18-05-04 23:19

4월16일 오늘 마지막 곡은…안녕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16   추천 : 0  
 

4월16일 오늘 마지막 곡은…안녕 - 김창완 그리고 산울림


[토요판]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김창완 그리고 산울림 (1)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우리는 첫사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잘못 배운다.’

 

왠지 그럴듯하면서도 뜯어보면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이 말은 누가 썼을까. 작가로서 내가 쓴 수많은 글 중에서 그나마 쓸 만하다고 스스로 꼽는 문장이다. 

 

여러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스무 권이 넘는 소설책을 낸 작가가 내놓을 만한 괜찮은 문장이란 게 겨우 이 정도다. 멋진 이야기를 만드는 일만큼이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기도 똑같이 어렵다. 

 

그런데 펜만 잡으면 눈물겨운 글을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나는 이분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룹 산울림의 리더이자, 동요 작곡가이자, 배우이자, 디제이(DJ)이자, 무엇보다 로커인 김창완이 오늘 칼럼의 주인공이다.

 

그는 1954년생이니까, 나이로 치면 아재 중에서도 큰형님뻘이다. 삼형제 중에 큰형이었던 그는 동생 김창훈, 김창익과 장난처럼 싸구려 기타를 치고 집 안의 물건들을 드럼처럼 두드리며 노래를 만들며 노는 게 취미였단다. 

 

그렇게 만든 노래들이 아까워서 음반을 내기로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준비 하면서 녹음한 1집 음반이 대박이 났다. 하아…,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벌써 40년도 전에 나온 그 데뷔 음반은 지금 들어도 전율을 불러오는 마력이 있다. 그 전까지 가수나 연주자로서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삼형제가 만들어 낸 음반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물론 연주 실력이나 녹음 기술의 수준은 한계를 드러내지만, 위대한 영감이 담겨 있는 음악이란 무릇 그런 한계조차 매력으로 만들어버리는 법. 

 

그 유명한 노래 ‘아니 벌써’가 1집 음반의 1번 트랙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산울림은, 김창완은 아니 벌써 시작할 때부터 이 정도였다.

 

경쾌한 록넘버 ‘아니 벌써’에 이어 위대한 작사가로서 그의 싹수를 보여준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가 흐르는 데뷔 음반에는 그 외에도 숨은 보석 같은 곡들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불꽃놀이’를 주목할 만하다. 

 

이 노래에는 당시 서구의 록 신을 휩쓸었던 위대한 그룹들, 이를테면 ‘도어스’, ‘레드제플린’, ‘지미 헨드릭스’ 등의 체취가 고루 담겨 있다. 그런 토양 위에 산울림만의 혼을 더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음악은 점점 발전해나갔다.

 

과감하게도 베이스 기타로 3분 넘는 인트로를 깔고 들어가는 노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한국 헤비메탈의 효시라고 할 만한 ‘노래 불러요’가 수록된 2집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2집 발표 뒤 서울 문화체육관에서 열렸던 첫 공연은 요즘으로 치면 엑소나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난리가 났다. 

 

당연히 김창완은 취직을 포기하고 (그 시절 서울대 학생이었으니 취직은 어렵지 않았을 테다) 형제들도 함께하면서 산울림은 전업가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 이후 그룹 산울림이 거둔 음악적 성취에 대해 자세히 말하려면 몇 화를 할애해야 할 것이다. 9집 음반까지 함께한 동생들이 다른 직업을 찾으며 그룹 활동을 그만두었지만, 김창완은 홀로 산울림의 생명을 이어갔다. 

 

자기 이름으로 솔로 음반도 여러 장 발표했다. ‘개구쟁이’, ‘산할아버지’같이 영롱한 동심을 담은 동요들도 만들었다. 몇 곡을 발표한 게 아니라 동요 음반이 여러 개다. 

 

드라마 음악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쏟아낸 히트곡이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 어려운데, 제목만 봐도 예쁘니 몇 곡만 적어보자.

 

‘꼬마야’ ‘가지 마오’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청춘’ ‘나 어떡해’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너의 의미’ ‘찻잔’ ‘빨간 풍선’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어머니와 고등어’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제목만 이어도 한 편의 시 같지 않은가?

 

1977년부터 20여년간 김창완이 만들고 부른 노래들을 쭉 듣고 있노라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니 이 노래를 다 한 사람이?’ 이건 뭐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가 썼던 이 표현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넘쳐흐르는 영감의 샘. 김창완의 가슴에는 그것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예술가, 창작자들이 육체와 영혼을 팔아서라도 갖고 싶은 그것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때로 그의 노래는 너무 슬퍼 듣기 힘들 때가 있다. 종종 그런 경험을 하곤 했는데, 2014년 4월16일도 바로 그런 날이었다. 

 

속절없이 침몰하는 배와 함께 수백명의 아이들이 희생되었던 그 슬픈 날, 우리 라디오 피디(PD)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진 채 선곡을 해야 했다. 추모 방송의 마지막 곡으로 나는 오직 딱 한 곡이 떠올랐다.

 

그날 이후 매년 그랬다. 곧 다가올 4월16일에도 나는 산울림의 ‘안녕’을 프로그램 끝 곡으로 고를 것이다. 그리고 스튜디오 구석에서 죄스러운 마음으로 눈물짓겠지.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내 작은 사랑아. 멀리 별들이 빛나면 네가 얘기하렴.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840518.html#csidxf8a4fa98901494985113940588878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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