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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Sports 작성일 : 19-04-14 17:20

"소주 14병 마셨다"… 술 권하는 TV, 나만 불편한가요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3   추천 : 0  
 

"소주 14병 마셨다"… 술 권하는 TV, 나만 불편한가요

 

[음주문화 부추기는 미디어…전문가 "청소년에게 악영향 가능성" 경고]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표현은 술도 예외가 아니다. 혹자는 술을 적당히 마시면 큰 문제가 없을뿐더러 오랜 친구끼리 마음을 터놓고 술잔을 나누면 우애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술이 지나치면 이는 독이 될 수 있다.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할 만큼 위험성이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알코올성 간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숫자는 2017년 기준으로 4809명이었다. 하루에 13명이 숨진 셈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연간 9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음주는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알코올로 인한 주취폭력,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2017년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범죄의 30% 이상(1만121명)이 음주 상태에서 일어났다. 같은 해 도로교통공단 조사에서는 음주운전 사고가 1만9517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439명이었다.

 

술의 위험성과 음주로 인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한 미디어가 음주문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술을 미화하고 음주에 대해 관대한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미디어에서 술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방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량은 폭탄주 30잔"…예능프로그램, 음주 경험 무용담처럼 소비

 

올해 초, 종합편성채널의 한 예능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출연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주량을 묻자 그는 "다양한 술을 가리지 않는다"며 "폭탄주 30잔은 마신다"고 답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와인을 하루에 1병은 먹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공중파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연예인은 자신의 음주 경험을 공개했다. 그는 "평양냉면 집에서 소주 1병을 시켰는데 계속 마시게 됐다. 이모한테 '몇 병 마셨냐'니까 '14병'이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술을 오래 마시려고 몸을 관리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음주 장면에 자주 노출된 수용자는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특히 미디어의 영향에 취약한 청소년이나 특정질환자(ADHD·알코올 중독) 등은 이를 통해 음주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송선미 박사가 발표한 학술자료를 보면 성인 역시 주류광고에 노출될 경우 음주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디어에 나오고 있는 주류광고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매체별 주류광고 송출 횟수는 2015년 32만6914건에서 2016년 33만7311건, 2017년 37만6633건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는 주류광고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에서 알코올을 다루는 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제갈정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미디어에서 연예인이 술이 강하다고 과시하곤 한다. 이는 TV 시청자, 특히 청소년에게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요새는 방송 프로그램을 대부분 인터넷 다시보기로 소비하기 때문에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에만 주류 규제를 하는 건 무의미하다"면서 "음주문화를 조장하고 있는 대중매체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방송가에서도 이런 비판 사항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는 일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이런 내용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진다. 대중들의 관심도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방송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와 관련한 내용으로 이뤄진 방송 제재는 29건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 "음주 방송에 대한 규제 필요"…정부도 예방책 발표

 

많은 해외 국가에서는 TV 속 주류에 대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중매체에서 술을 통한 친목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태국은 드라마에서 술을 갖다주거나 들고 오는 장면을 금지하고, 베트남도 대중매체 속 주류 노출에 대하여 엄격한 움직임을 보이는 추세다.

 

제갈 교수는 "일각에서는 편하게 웃기 위한 예능프로그램에 제약을 많이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속의 음주 관련 내용이 은연중에 술을 미화하고,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심각해지는 음주 폐해를 인식하고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해 11월 주류 광고기준 강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TV 주류 광고에서 광고 모델이 술 마시는 행위를 제한하고,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의 확산을 통해 방송계 자정 활동을 장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0년부터 이러한 내용이 적용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머니투데이 이호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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