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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토픽 작성일 : 18-04-13 22:49

동네사람이 ‘잡아먹은’ 웰시코기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70   추천 : 0  
 

“개도 잃고, 이웃도 잃었습니다”

 

[한겨레] [애니멀피플] 동네사람이 ‘잡아먹은’ 웰시코기 보호자 인터뷰

 

지난달 이웃이 잡아먹은 꿀이.

 

두살 반려견 ‘꿀이' 산책 뒤 돌아오지 않아 

전단지 붙이고 찾았는데 ‘보신탕' 됐다

이웃집 개 알았다면 절도죄 적용될 수도

“사람 좋아한 개였는데…눈물조차 안 나와”

 

“개도 잃고 이웃도 잃었다.”

 

웰시코기 ‘꿀이’의 반려인 ㄱ씨는 11일 ‘애니멀피플’과의 긴 통화에서 착잡한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꿀이는 이웃이 데려가 잡아먹은 ㄱ씨네 반려견이다.

 

태어난 지 1년8개월됐고 그중 1년6개월을 ㄱ씨네 가족과 함께 살았다. 10일 ㄱ씨가 포털 게시판에 올린 사연이 소개되면서 알려졌고, 많은 시민들이 소식을 접하고 크게 놀랐다.

 

“몇 가구 살지 않는 농촌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인 우리 가족이나 꿀이를 잡아먹은 이웃이나 마을 사람들이 이 사건때문에 힘들어 할 일은 없기를 바란다.”

 

ㄱ씨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워했다. 개를 좋아하는 유별난 사람으로 알려지는 것도 불편하고, 이 사건만으로 이웃의 인격 전부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기도 싫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 관계’만 밝힐 것을 약속하고 사건 개요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19분만에 사라진 꿀이

 

꿀이.

 

꿀이가 사라진 지난달 4일은 차도 사람도 드문 일요일이었다. 오후에 ㄱ씨의 가족이 일 때문에 집을 나가면서, 마당에 있던 꿀이와 또 다른 리트리버도 함께 외출했다. 평소 마당에서 묶어놓고 키우다가 일요일에 같이 산책갈 때만 그랬는데, 개들은 늘 안전하게 귀가했었다. 그런데 이날은 꿀이만 돌아오지 않았다.

 

13일 ㄱ씨는 "다시 확인해보니 꿀이가 외출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웃이 경찰에 진술하기로는 `마당에 있는 개가 자기를 보고 짖어서 돌을 던졌고 기절하자 잡아갔다'고 했다고 한다. 나에게 자백하기는 '먹이로 유인해 창고에 가두었다'고 했다"라고 전해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꿀이가 산책하고 있는 모습이 ㄱ씨네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마지막으로 찍힌 시각은 오후 5시44분. ㄱ씨가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3분이니, 꿀이가 사라진 건 20분 이내였다.

 

“만약 로드킬을 당했다고 해도 주변에서 사체라도 발견이 되어야 했다. 근처에 있다는 생각에 꼼꼼하게 찾는다고 찾았는데….”

 

ㄱ씨는 꿀이를 찾기 위해 동네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다. 돈을 들여 현수막과 전단지를 만들어 붙였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이달 초에야 다른 동네 주민으로부터 ㄱ씨네 이웃이 꿀이를 유인해 붙잡아 죽였고, 먹었다고 전해들었다.

 

ㄱ씨네 가족의 추궁에 이웃은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 이웃은 꿀이를 죽인 방법에 대해 처음에는 전기충격으로 고통없이 한 순간에 죽였다고 말했지만, 전깃줄로 목을 졸라 죽였다고 다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네와 이웃은 거리로 15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이웃 사이로, 이웃은 꿀이가 ㄱ씨네 개인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ㄱ씨는 꿀이가 사라진 당일에도 이웃이 꿀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ㄱ씨는 관할 경찰서에 이웃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고, 경찰은 사건을 조사 중이다.

 

ㄱ씨는 여전히 왜 꿀이를 잡아먹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만약에 꿀이를 싫어했다면 사는 동안 개때문에 싸우기라도 했을텐데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그 분도 믹스견을 키운다. 그 분이 개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농촌 어른들 모두 그렇기 때문에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추정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동물보호법 위반했나

 

사진 꿀이 보호자 제공

 

이웃의 반려견임을 알면서도 먹이로 유인해 개를 붙잡았고, 전깃줄로 목을 졸라 죽여 먹은 이웃의 행위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동물권연구단체인 변호사 그룹 피엔아르(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목을 졸라 죽였다면,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였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개도살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기도살은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어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동물보호법 8조 1항에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라고 명시돼있다. 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길에서 반려견을 잡아 먹었기 때문에, 점유이탈물횡령과 재물손괴 적용도 가능하다. (현행 민법은 반려견을 ‘재물’로 본다) 하지만 이웃의 개임을 알면서도 데려갔다면, 절도까지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서 변호사의 생각이다.

 

서 변호사는 “수사 결과에 따라 입증이 유리한 죄를 적용할텐데, 아는 집 개라는 점에서 절도로 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손괴는 최대 3년 이하의 징역과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점유이탈물횡령은 최대 1년 이하 징역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절도는 최대 6년 이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그 형이 중하다. 보통 여러 법을 동시에 위반했을 때는 가장 중한 형을 받을 수 있다.

 

ㄱ씨가 기억하는 꿀이는 과자를 좋아하고, 기분이 좋아 꼬리를 흔들 때 허리까지 흔드는 개였다. 손, 발을 다 내어주는 기본 교육도 다 돼 있었고, 중성화수술도 해준 개였다. “눈물도 안 나온다”는 ㄱ씨는 “이웃의 가족같은 반려견을 데려간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라며 마음아파했다.

 

ㄱ씨가 10일 포털에 올린 글에는 12일 오후 3시 기준 1만6000명이 서명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도 8400명이 청원했다.

 

최우리 기자

 

꿀이를 찾기 위해 ㄱ씨 가족이 만들었던 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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