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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시사 작성일 : 18-12-03 23:37

직장인들의 '소확횡'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11   추천 : 0  
 

"회사 탕비실서 커피믹스 한 움큼"…

 

간식거리 챙기고 비품 막 쓰고… '시간 횡령'도

 

올해 초 한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박모(27·여)씨는 요즘 남 몰래 ‘작은 일탈’을 즐기고 있다. 매일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면 탕비실에 들어가 커피믹스를 한 움큼씩 챙기는 것.

 

태연한 척 자리로 돌아와서 성공적으로 가방에 커피믹스를 집어넣을 때면 쾌감마저 느껴진다고 한다. 때로는 낱개 포장된 과자나 사탕, 초콜릿 등이 그의 가방에 담긴다.

 

박씨는 “어차피 회사 사람들 마시라고 구비해 놓는 것들이지만, 따로 챙겨 가는 건 왠지 범죄를 저지르는 느낌이라 떨린다”면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직장인 가운데 박씨처럼 회사 탕비실에서 과자, 음료수를 챙기거나 개인 자료를 회사 프린터로 대량 인쇄하는 등 필요 이상으로 비품을 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이 같은 세태를 일컫는 ‘소확횡’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이미 유명해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단어를 변형한 이 말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이란 뜻이다.

 

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을 보면 소확횡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먹을거리를 챙겨왔다거나 볼펜, A4용지, 테이프 같은 사무용품을 잔뜩 집어왔다는 고백이다.

 

탕비실 물품이나 회사 비품을 구매할 때, 또는 회식 때 일부러 ‘내 돈이라면 절대 사거나 먹지 않을 것들’을 고른다는 내용도 있다.

 

실물뿐만 아니라 ‘시간’ 역시 소확횡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화장실은 꼭 업무시간에만 가고, 양치질은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32)씨는 “건강 때문에 금연을 하려다가도 회사에서 10분씩 담배 피우러 나가는 시간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쉽지가 않다”며 “흡연을 할 때는 ‘놀면서 돈을 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소확횡’ 인증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물론 경제적인 이유에서 소확횡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회사나 상사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8·여)씨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불만이 종종 생기는데, 사무용품을 펑펑 쓰거나 탕비실에서 간식거리를 가득 챙겨 오면 왠지 모르게 속이 후련해진다”고 털어놨다.

 

반면에 소확횡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한 식품회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는 이모(49)씨는 “직원 개개인에겐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여럿이 같은 행위를 하면 피해가 적지 않다”며 “불만이나 힘든 일이 있으면 공식적인 문제제기나 상담을 해야지 회사 비품을 함부로 쓰면서 그걸 소확횡이라는 말로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소확횡이 유행한다는 건 청년들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다는 뜻”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했는데 생각보다 처우가 열악하다거나 직장 생활에서 겪는 여러 불합리한 상황들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소확횡을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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