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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시사 작성일 : 19-06-10 08:02

서지현·박창진에게 ‘6·10 민주항쟁’을 묻다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1   추천 : 0  
 

서지현·박창진에게 ‘6·10 민주항쟁’을 묻다

 


“미완성인 민주주의, 모두의 숙제로 남아”


6·10항쟁 기념식 사회 맡은 서지현 검사·박창진 지부장


서지현·박창진에게 ‘6·10 민주항쟁’을 묻다한국 사회에 ‘미투 운동’을 가속화한 서지현 검사(왼쪽 사진)와 ‘땅콩 회항’ 이후 ‘직장 갑질’에 저항하는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노동조합 지부장(오른쪽)이 올해 6·10민주항쟁 기념식 공동 사회를 맡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로 이름 붙인 32주년 행사는 처음으로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대공분실)에서 열린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숙제가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은 9일 군사독재 흔적이 남아 있는 남영동 현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완성”이라며 “여전히 민주주의는 남아 있는 사람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선제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30여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의 고통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서 검사는 “6·10민주항쟁은 민주주의와 정의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서 검사는 “성폭력, 직장 갑질, 소수자 혐오, 위험의 외주화를 보면 실질적 민주주의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선 실질적 민주주의는 우리 몫으로 남겨졌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땅콩 회항’ 사건과 그 이후 겪은 일을 떠올렸다. 그는 “완성된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제 권리를 주장했을 때 민주주의는 없었다”며 “6·10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날”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6·10민주항쟁을 생생히 기억했다. 서 검사는 중학교 2학년 때 신문에서 항쟁 소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 “강자들은 바뀌지 않아…약자들이 ‘바뀌라’ 외치는 수밖에 없어” 

 

<b >민주인권기념관에 나란히 선 ‘용기 있는 고발’</b> 6·10항쟁 32주년인 10일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 행사의 공동 사회를 맡은 서지현 검사(왼쪽)와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노조 지부장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대공분실) 민주화운동 기념 조형물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민주인권기념관에 나란히 선 ‘용기 있는 고발’

 

6·10항쟁 32주년인 10일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 행사의 공동 사회를 맡은 서지현 검사(왼쪽)와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노조 지부장이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대공분실) 민주화운동 기념 조형물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는 ‘분신정국’이 이어질 때다. 서지현 검사는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나라를 구해달라’며 기도했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이구나. 비극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박창진 지부장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국가유공자였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그는 ‘충성스러운 국민’으로 자랐다고 기억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서관에서 신문을 보다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읽었다.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저는 국가에 무조건 충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 의무만 다하면 국가가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거예요.”  

 

서 검사와 박 지부장은 이날 악명 높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처음 방문했다. 서 검사는 “대공분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고문을 당할 때 검찰은 공범이었다”며 “검찰이기도 하고 검찰의 피해자이기도 한 제가 이곳에 오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이 동네에 자주 오는데 이렇게 평범한 곳에 대공분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소름끼친다”며 “대공분실에 들어온 피해자를 생각해보니 조마조마하게 지내는 제 처지와 비슷해 묘한 기분”이라고 했다.  

 

‘미투 운동’ 서지현 

 

“1987년에도 권력자는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 

 

이들은 각자의 조직 내부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서 검사는 지난해 1월 검찰 내부게시판에 2010년 10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문제제기를 했지만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해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안 전 국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2차 가해’를 당했다며 검찰 간부 3명도 직무유기·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고소했다. 박 지부장은 2014년 12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어 휴직했다.

 

복직 후에는 사무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다. 박 지부장은 지난해 8월 대한항공 직원연대노조 지부장으로 당선됐다. 지난 2월 대한항공 입사 이후 경험을 정리한 <플라이백(FLY BACK·회항)>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  

 

고통은 폭로 이후에도 이어졌다. 서 검사는 지난해 4월부터 질병휴직 중이다.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외출할 때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박 지부장은 전날 찾아간 후배 승무원 결혼식에서 후배들에게 인사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를 ‘땅콩’이라고 부르며 수군거린다. 박 지부장은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땅콩 회항’ 박창진 

 

“한국 사회는 개인을 조직을 위한 도구로 사용…공익 고발자 보호망 만들어야” 

 

두 사람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했다. 후회하진 않는다. 박 지부장은 “복직은 제 주체성의 문제”라며 “제 권리가 강탈됐는데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서 검사도 “동료 검사들을 고소한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변하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서 검사는 ‘미투’ 폭로 당시 ‘사회적 자살’을 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검찰 복직 이후 삶에 대해 걱정도 크다. 검찰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가 평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한다. 인사조치 없이 사건 배당만으로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제가 검사라서 그나마 사람들이 말을 들어준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검찰 생활이 힘들지만 검사여야만 한다면 버틸 수 있어요.”  

 

두 사람은 서로의 인터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박 지부장은 서 검사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방송 인터뷰를 보며 울었다고 전했다. 서 검사도 그저께 유튜브를 통해 박 지부장의 방송 인터뷰를 처음 찾아보고 하루 종일 울었다고 했다.

 

서 검사는 대화 도중 여러 번 눈시울을 붉혔다. “삶의 벼랑 끝에서 인터뷰한 거예요. 억울하고, 치욕스럽고, 두렵고, 너무 철저하게 외로운 그 모습이 모든 피해자들의 모습이라서 엉엉 울었어요. 검찰과 대한항공이 ‘2차 가해’까지 똑같아요.” 

 

두 사람은 한국 사회에 여전한 ‘독재적 권력’을 지적했다. 성폭력과 직장 갑질은 권력이 약자를 짓밟는 데에서 비롯된다. 박 지부장은 한국 사회가 개인을 조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고 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몇 등을 하겠다는 거창한 성과에만 관심이 있어요. 세계적인 대기업이 넘쳐나지만 시민들이 행복한가요. 자신이 조직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 도구로 쓰여도 함께 박수 치는 사회가 됐어요.” 

 

서 검사는 “권력자가 약자를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라고 했다. “1987년에도 권력자는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간첩이나 빨갱이로 몰았어요. 권력이 있으면 한 사람의 인생 따위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됩니다.” 

 

아직도 서 검사는 검찰을, 박 지부장은 대한항공을 사랑한다고 했다. 조직을 사랑하기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서 검사는 “제가 용감해서 입을 연 것이 아니고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제가 배신자라고 하지만 제가 검찰에 배신당했어요.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검찰이 그토록 부패한 현실을 견딜 수 없었어요. 검찰을 사랑했기 때문에 바뀌길 원했어요.” 

 

공익제보자의 현실은 비참하다. 두 사람은 “다른 피해자에게 ‘고발할 용기를 내라’고는 말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지부장은 “한국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처절하고 가혹하다”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망이 없기 때문에 혼자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서 검사도 “피해자가 입을 열지 못한다고 해서 비겁하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며 “공익제보자의 삶을 모두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익고발자를 보호하고 불의를 처벌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권력자의 불의를 단죄할 수 있는 법이 없다. 법의 엄격한 제재를 받는 것은 약자”라고 했다. 서 검사는 “개인의 자발적 양심이나 선한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삶은 지극히 소중하다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권력자에게도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강자들은 바뀌지 않고 바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약자들이 바뀌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6·10민주항쟁이었다고 생각해요.”  

 

변화는 시작됐다. 박 지부장 활동 이후 대한항공은 여승무원들이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서 검사 폭로 이후 검찰에서 여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던 태도가 줄었다고 한다.

 

이들은 근본적·실질적 변화를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플라이백’은 잃어버린 주체성을 찾겠다는 의미”라며 “작은 목소리지만 변화를 계속 이야기하면 결국 사람들의 의식은 변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 검사는 “목표는 여전히 ‘정의로운 검사’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일본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이토 시오리 기자와 ‘행복하게 잘 살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우리가 행복해야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어요. 힘들지만 행복하려고요.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 시민 품에 안긴 ‘인권탄압 상징’ 남영동 대공분실서 첫 6·10 항쟁 기념식


 
인권탄압의 상징이었던 서울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6·10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린다.


 
행정안전부는 10일 오전 11시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제32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해 시민사회에 환원하는 방향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이곳에서 기념식이 열리는 것이다. 



경찰청의 전신인 치안본부가 1976년 설립한 남영동 대공분실은 인권유린과 탄압의 공간이었다. 30여년간 숱한 민주화운동가들을 고문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6·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도 이곳에서 일어났다. 



‘민주주의 100년, 그리고 1987’을 주제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올해 기념식에는 진영 행안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와 민주화운동 인사 및 후손, 고문 피해자, 독립유공자 후손, 민주화운동 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행안부 장관이 대독하는 기념사를 통해 과거 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를 뜻하던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시민들이 다양한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는 것으로 확장하고 실천하자는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진보학생연대 회원들은 이날 연세대 정문 앞에서 전두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날에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위원회가 청계광장에서 유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를 열었다. 연세대는 지난 7일 이한열동산에서 이한열 열사 32주기 추모식을 첫 공식 행사로 진행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100600045&code=94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2_thumb&C#csidxb5137cbde8e9b5685cacaaaf57eb9c9  

 

허진무·탁지영·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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