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4-28 18:13
천원짜리 퇴직금 수천장 주고 세어가게 한 사장님
 글쓴이 : 我詩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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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퇴직금 수천장 주고 세어가게 한 사장님…


“이런 갑질 보셨나요?”  


 


4년 넘게 일한 수산시장 횟집. 사정상 다른 가게로 옮기게 돼 퇴직금 달라고 했는데, 사장님은 천 원짜리 수천 장을 주고는 직접 세어서 가져가게 했습니다.


같은 시장의 다른 횟집에서 새 일자리 구했더니, 시장 상인들은 "퇴직금 요구하는 사람은 우리 시장에서 쓸 수 없다"며 집단으로 '퇴출 결의'를 한 뒤, 가게 주인을 압박해 그만두게 만들었습니다.


충남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에서 일했던 65살 손정희 씨가 겪고 있는 일입니다. <못참겠다>가 손 씨를 만났습니다.


■'4년 근무' 퇴직금 달라고 했더니 부정적 반응


손 씨는 2014년 5월부터 시장의 한 횟집에서 횟감 판매원으로 일했습니다. 하루 12시간씩 주 6일 동안 일하고 월 25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4년 넘게 근무했습니다.


그러던 올해 1월 초, 업주는 손 씨가 그만 나왔으면 하는 뜻을 비쳤고,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손 씨는 마침 시장의 다른 가게에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그리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기존 업주에게 4년여간 일한 데 대한 퇴직금을 달라고 했습니다. 업주는 "이 시장에서 그렇게 퇴직금 다 따져서 받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얼마 뒤 300만 원을 통장에 입금했습니다.


■노동부 "퇴직금 700만 원 추가 지급하라"


손 씨는 "4년 넘게 일한 부분을 제대로 계산해서 달라"고 했지만, 업주는 "300만 원 줬으면 됐지, 그거 다 따지려고 하지 마라"며 거절했고, 손 씨는 2월 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습니다.


양측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한 노동부는 업주가 4년여간 일한 손 씨가 받아야 할 퇴직금은 1천만 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업주에게 기존에 지급한 300만 원을 뺀 나머지 7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하라고 권

고했습니다.


업주가 퇴직 뒤 2주의 기한을 넘겨 퇴직금을 주지 않아 법을 어긴 부분이 있긴 했지만, 합의를 이행하면 문제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천 원짜리 수천 장 쌓아놓고는 "직접 세어서 가져가라"


업주가 노동부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합의는 원만하게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천 원권 퇴직금' 사건이 3월 중순 벌어졌습니다.


금요일이던 이날 오후, 일하고 있던 손 씨에게 "퇴직금을 현금으로 갖다 놨으니 지금 가져가라"는 업주의 연락이 왔습니다.


횟집에 갔더니 놓여 있는 건, 상자 안에 가득 담긴 천 원짜리 수천 장이었습니다. 업주는 10만 원 단위로 묶여있던 천 원 묶음의 은행 띠지까지 다 풀어놓고 "직접 세어보고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손 씨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계좌이체를 해 주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업주는 "내가 왜 수수료를 들여서 그렇게 해야 하느냐"며 거절했습니다.


결국, 손 씨는 그 자리에 앉아 7백만 원어치의 천 원권을 한 장씩 세었습니다. 그 사이 업주 부부는 "퇴직금 달라고 뒤통수를 치느냐"며 손 씨를 타박하는 말들을 했습니다.


■2시간여 걸린 천 원짜리 세기…"일 못 하게 하라" 집단 압박까지


꾹 참고 2시간 넘게 돈을 센 손 씨는 천 원짜리 더미를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이후 노동부에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노동부는 업주에게 "퇴직금을 주기로 했으면 그냥 계좌이체 해 주면 되지, 왜 굳이 그렇게 했느냐"고 질타했고, 업주는 "감정이 상해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손 씨는 어쨌든 퇴직금을 받은 이상,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손 씨가 시장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려는 집단 압박이 시작됐습니다.


업주는 다른 상인들에게 "우리 시장에선 퇴직금이란 걸 줘 본 적이 없는데, 손 씨에게 당했다. 앞으로 사람 조심해서 쓰라"고 했고, 상인들은 회의를 소집해 어느 횟집도 손 씨를 고용하지 않기로 결의했습니다.


당장 손 씨가 일하는 가게 주인에게 상인들의 거센 해고 요구가 밀려들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나도 사람이 필요해서 쓰는 건데, 누구를 쓰고 말고까지 왜 간섭하느냐. 이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급기야 횟집에서 횟감을 넘겨받아 손님에게 요리해서 주는 식당 상인들까지 손 씨를 해고하지 않으면 이 가게 횟감은 아예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잃은 일자리…"사람 생계 갖고 이래도 됩니까?"


자칫 가게마저 영업이 힘들어질 상황. 주인은 "나도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로했고, 손 씨는 지난달 말 일을 그만뒀습니다.


손 씨는 결국, 업주를 노동부에 신고했습니다. 손 씨의 처벌 의사를 확인한 노동부는 2주의 퇴직금 지급 기한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업주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천 원짜리 퇴직금 한 장씩 센 건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화가 나는 건 나는 먹고살아야 하는데 일을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생계 갖고 이래도 됩니까?"


퇴직금을 천 원짜리 수천 장으로 주고 직접 세어서 가져가게 한 업주. 퇴직금 요구했다고 집단으로 고용을 막아 버린 상인들. 이해가 가십니까?


남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