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0-04 23:40
“장애인에게 욕하지 마세요 했더니···”
 글쓴이 : 我詩我
조회 : 44   추천 : 0  

“장애인에게 욕하지 마세요 했더니···”

 

그날 그 분식집에선 무슨 일이

 

김밥 전문 분식집.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XX역 X번 출구 분식집 가지 마세요. 장애인 손님 상대로 병신이라고 욕하고 제가 하지 말라니 저보고 당장 나가라며 먹던 그릇을 던져서 깨버렸어요.”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이 글은 4일 오후 4시 현재 3만3000회 이상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날, 이 분식집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요? 경향신문이 SNS에 글을 올린 장연정씨(27·가명)와 해당 분식집 점주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당시의 상황과 여기에 얽힌 문제를 되짚어보려 합니다.

 

“성깔이 저러니 병신 낳아서 달고 다니지.”

 

지난 2일 오후 1시15분쯤 서울 시내 분식집에서 김치볶음밥을 먹던 장씨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설마’하는 마음에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뺐지만 분식집 종업원은 여전히 ‘병신’이라는 장애인 혐오표현을 큰 소리로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음식 포장 문제로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끝내 식당을 떠난 노인과 그의 장애인 아들을 향한 말이었습니다.

 

장씨는 참다 못해 종업원에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분들 나갔으니 그만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빈말이라도 죄송하다는 말이 돌아오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장씨가 기억하는 다음 상황은 이렇습니다. 종업원과 점주는 도리어 “장사하는 사람 마음”이라며 장씨에게 삿대질을 했고, 뒤쪽에 앉아있던 점주의 아들도 “아가씨, 음식 안 파니까 당장 나가요! 나가라고!”라고 소리쳤습니다.

 

급기야 그는 장씨가 먹고 있던 김치볶음밥, 된장국, 반찬이 담긴 그릇을 그대로 주방 쪽으로 내던져 깨부쉈습니다. 김밥집 안에는 두어명의 손님이 더 있었지만 아무도 점주 가족의 행패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위협을 느낀 장씨는 도망치듯 분식집을 나와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장씨가 그 자리를 바로 뜬 데다가 목격자 진술이 없어 수사를 종결하겠다고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분식집 점주의 입장은 다릅니다. 점주는 이날 상황에 대해 “종업원이 영업방침에 따라 ‘원조김밥은 포장만 되고 홀에서 식사가 안 된다’고 하자 장애인 아들을 둔 노인이 먼저 욕설 섞인 고성을 질렀다”면서 “이 때문에 그를 헐뜯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장씨가 주장하는 장애인 혐오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장씨의 그릇을 깨지도 않았으며, 이미 식사를 마친 장씨의 그릇을 주방 쪽으로 옮기다가 ‘철그럭’ 소리가 크게 났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일 장연정씨(가명)가 올린 트위터 화면 갈무리

 

이렇듯 양쪽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 상황이지만, 경찰은 수사조차 나서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신고를 접수한 방배경찰서 남태령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지난 2일 장씨에게 “상황을 진술할 목격자들 인적사항이 없고 신고자가 자리를 떴기 때문에 모욕죄 성립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수사를 자의적으로 종결했습니다.

 

경찰은 김밥집의 CCTV 설치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지구대장은 “신고자가 지구대에 와 구체적 진술을 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장씨는 “언제든지 진술을 할 의사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남태령지구대는 취재가 시작된 4일 오후에서야 장씨의 고소장 접수와 함께 수사를 진행한 뒤 관할 경찰서에 사건을 인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건의 진위 여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씨의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입을 모아 ‘장애인을 향한 삐딱한 시선’을 걱정하고 나섰습니다. 장씨에게 글을 올린 이유를 묻자 “주변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그런 혐오표현을 직접 들었다고 생각하면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장애는 정체성의 하나이고, 개인을 이루는 구성 요소일 뿐인데 이를 혐오·폄하하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씨와 누리꾼들의 지적처럼 장애인에 대한 혐오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해 있습니다. 지체장애인 김연우씨(28·가명)는 장씨의 글을 읽고 “‘병신’이라는 혐오표현도 문제지만, 장애가 어떤 잘못의 결과인 것처럼 말하는 태도에 우선 화가 났다”면서 “장애인들은 혐오표현에 쉽게 노출될 뿐만 아니라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늘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장애인 대상 혐오표현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장애인들이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은 이미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의 적용폭이 좁고 처벌 조항이 미흡해 실제 효과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장애인 혐오표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7명(73.5%)이 실생활에서 혐오 피해를 당했습니다. 온라인 혐오표현은 더욱 심각합니다.

 

장애인 10명 중 9명(95%)은 온라인 상에서 장애인 혐오표현을 보거나 듣는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8명 가량(79.5%)이 실제 피해를 입었습니다. 혐오는 곧 두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70%가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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